코 밑에는 치약을 바르고, 눈에는 랩을 두르고 한 손엔 파이프를 든 결연한 표정의 선배.
과방을 뒹굴던 전대협 사진집의 주인공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우리 학교 모든 출입구가 막히자 뚝섬역에서부터 지하철 선로를 따라 학내로 진입했다던,
그 '택'을 위해 사수대가 목숨 걸고 전경을 밀어냈다던 전설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87학번 종식이 형. 그리고 현준이 형.
과 친구가 전대협 의장이 되자 그를 지켜주는 '비서'가 되었다는 과 선배들의 우정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90년대 중반과 후반 대학생활을 하면서
우리 시대엔 왜 이런 스펙터클이 없느냐며,
우리 시대에 여전히 모순과 갈등이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무엇을 부러워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십년 터울이 지는 종식이 형과 그 세대들에게 그랬듯이
나와 십년 터울을 지는 지금 대학생들은 우리를 부러워할까.

졸업하고 과 후배들 앞에 양주를 돌리며,
자기들끼리 "어떻게 하면 1억을 빨리 모을까?" 킬킬대던 선배들을 비웃은 적이 있었다.
나는 너희들처럼 살지 않으리라.

그들의 나이를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다.
그의 영결식에 시청 앞을 헤매다 눈물바람을 보인 일에 스스로 만족하는 나는 부끄럽다.
부러워했던 그들의 스펙터클,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시대인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나는 왜 그들을 부러워했을까.

왜 그렇게 바다를 헤엄쳤느냐며 후회하고 자기경멸하는 '고등어'들에게
나는 그렇지 않으리라 자신했는데 나는 그 고등어조차 되지 못했음에 부끄럽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이 부럽고 무엇이 부끄러운가. 아니,
무엇을 지금 부러워해야 하고, 무엇을 지금 부끄러워해야 하는가.

고민만 많아지고 실천이 줄어드는 시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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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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