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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동기는 있었다. 죽일 권리는 없었다.
사망원인은 있었다. 죽을 이유가 없었다. 절대로.
나도! 그렇게 허망하게, 잔혹하게 죽을 수 있다.
그 녀석은 태연자약 죽였다고 자백한다.
그, 유영철은 '아직' 살아있다.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살려둬야 하는가.
이것이 인간인가, 이것이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는데 인간의 권리로 살려둬야 하는가.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참 잘 만든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여러 생각의 가운데 "이래도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십니까?"하는 물음을 가지게 됩니다. 아주 진지하게.


나쁜 놈이 인정하는 정말 나쁜 놈, 하정우

김윤석은 경찰, 전직 경찰입니다. 뽀찌를 뜯어먹다가 걸려서 옷 벗은 나쁜 경찰입니다. 그리고 하는 일이 보도방입니다. 아픈 여자를 채근해 일을 나가게 합니다. (애인이 아니라 생산수단 개념으로서) 자기 여자를 폭행하는 놈에게 쫓아가 협박과 갈취를 하는 나쁜 놈입니다. 여자들이 사라지자 찾아나서게 된 것도 자기 사유재산 혹은 생산수단을 지키려는 욕심 그 이상은 아닙니다. 그런 그가 바뀝니다. 하정우를 알아가면서 둘도 없는 나쁜 놈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그런 그 녀석이니 당연히 죽이고 싶었을 겁니다. 여자를 중개해주고 돈을 벌어먹는 자기도 나쁜 놈인데 여자를 아무 이유없이 죽이는 이 녀석은 도대체 뭔가하고 생각했을 겁니다. 경찰에 잡혔다 풀려나면 조용히 숨어지내는 게 '도리(?)'일 텐데 이 녀석은 귀가길에 둘을 더 죽입니다. 정말 대책없는 나쁜 놈입니다.

전에 읽은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에는 아래 사진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문자문화니 구술문화니 하는 말들이 들어왔지만, 이 영화를 보고 생각나 꺼내어 다시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교수형, 능지처참, 끓는 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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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호모코레아니쿠스



공들인 결말 부분 - 죽여야 합니까, 살려야 합니까

영화의 마지막 즈음 김윤석과 하정우의 격투신.
그런 나쁜 놈을 드디어 김윤석이 붙잡았습니다. 하정우를 올라탄 김윤석의 한 손엔 망치가 들려 있습니다. 화면은 점차 느려집니다. 그리고 교차편집되는 예수상, 살해당한 여성. 그녀의 딸, 김윤석은 하정우를 내려쳐야 했을까? 참아야 했을까? 망치를 치켜드는 김윤석. 그때, 경찰이 달려들어 그를 말리면서 화면은 어둡게 사라집니다.

결국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잔혹하고 지독하게 달려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꾸 질문을 던집니다. "내려쳐야 되지요? 그렇지요? 보셨잖아요? 이런 놈은 죽여야 되죠?" 이렇게 말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함께 달려온 보통의 관객이라면 그래, 차라리 저런 놈은 내려쳐라 하고 바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를 뜯어말리는 경찰이라니.


"죽여도 좋아", "죽여야 한다!"

저런 놈이라면 죽여도 좋아, 아니 죽여야 하는 놈인데 그것을 경찰은 뜯어말리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쓰레기도 재활용할 것만 하고 폐기할 것은 폐기하는 데 말입니다. 용서와 구원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것일진대 말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사회적 심판은 물론 법적 심판도 다 받았는데 아직 살아있습니다.

인혁당 사건과 같이 잘못된 사법적 판단으로 집행되는 사형이 있을 수도 있으니 사형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 논리도 보잘 것 없습니다. 극중 하정우는 증거불충분으로 두 번이나 풀려난 바 있습니다. 그는 한 번 더 증거불충분에 조사과정에서의 폭행 등으로 풀려납니다. 실제 유영철도 경찰에 체포된 이후에 자백 외 증거가 없어 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고 합니다. 세상이 달라져 이제 증거법정주의와 피의자 인권보호라는 장치를 거쳐 잡아들였으니 실수와 오류로 사형하는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하는 메시지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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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의 후속편이 "데드맨 워킹"이 될 수 있을까?

사형을 다룬, 사형제 폐지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 가운데 단연 '데드맨워킹'이 생각납니다. 용서와 구원을 다루는 사형수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유영철도 사형수입니다. 그는 참회를 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을까요. 구원받고자 할까요. 유영철이 법정출두를 거부했다, 잡히지 않았다면 100명을 죽이려고 했다는 뉴스가 들리고 보니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사형이 집행된다면,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후회와 반성과 참회 없이 세상을 비웃을까요?

그렇게 나쁜 놈에게도, 나쁜 것에게도 함부로 앗아갈 수 없는 것이 생명이기에....가끔 술자리나 궤변을 늘어놓는 자리가 생기면 이런 허섭스레기 논리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사형을 통한 범죄 예방 효과는 입증되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계몽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잘못하면 죽는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놈에게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 생명이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이 말이 왠지 힘이 없어 보입니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절대, 절대로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 얘기라면 나는 용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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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blog.naver.com/angry71/200447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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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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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추격자 [인상적이지만 불편한 영화]

    Tracked from 감성 일기 2008/02/20 16:06  삭제

    좋은 영화에 대한 기준은 분명 사람마다 다르죠.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하자면 인상적이기도 하면서 불편했던 영화 '추격자'. 올블로그에 영화 "추격자"가 인기태그로 자주 등장했던 것이 자극이 되었던 걸까요? 아무런 주저 없이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 느낌 우선 첫느낌을 말하자면 많은 분들이 호평을 내렸듯이 영화는 잘만든 장르영화를 보고나온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뭔가 잘드러맞는 톱니가 돌아가듯 오밀 조밀,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고 영화에만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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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비트손 2008/02/20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히 의미있는 분석입니다. 영화 추적자를 이미보았지만 그 씬에서 그런부분까지 염두해 두었음을 파악하지는 못했었네요. 저 역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사형제도의 존폐여부를 목에 힘주어 다툰적이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한 수준에만 머물렀지만요.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할애해도 평행선을 좁히기 힘든 주제이긴 합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 BlogIcon 토닥토닥 2008/02/20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쓰고보니 스포일러 다분한 글이 됐습니다. 트랙백 엮인 글도 잘 보고 왔습니다. 저 역시 그런 불편함을 느꼈기에 ㅇ런 심란한 생각이 자꾸 듭니다. ㅜㅜ

  2. BlogIcon w0rm9 2008/02/20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오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지만, 결론없는 평행선 같은 느낌입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니깐요.

    예전에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자살 한 뒤 사형제의 허점을 노려 비판했던 영화가 가물가물 기억이 나는데 제목이 기억나질 않네요.ㅠ.ㅠ;

    • BlogIcon 토닥토닥 2008/02/20 1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놈 죽여야 하지요? 하고 강변하는 것 같은 감독의 영화에 저도 동화됐나 봅니다. 사형제 폐지의 소신이 무참히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서 무섭고 불쾌했습니다.

      물론 그만큼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일 겁니다.